그의 판결문과 저술을 읽어보니 '더글라스 공식' 같은 것이 보였어요. 이 사람은 시민과 국가, 기업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해놓고요. 국가와 기업이 부딪치면 국가의 편을 들고, 시민과 국가가 부딪치면 기본적으로 시민의 입장을 옹호하더군요. 헌법을 시민의 입장에서 보는,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민주공화국의 의미를 가장 철저하게 탐구하여 판결에 반영한 판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드러난 무수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법률가로서 그의 사상과 철학만은 변함없이 내 의식을 지배해 왔다. 어느 사회에서나 90퍼센트의 법률가는 상위 10퍼센트 국민의 이익에 기식하여 삶을 영위한다. 나머지 10퍼센트만이라도 더글라스처럼 90퍼센트의 지친 영혼에게 연민의 눈길을 주는 나라, 그런 나라야만 살만한 가치가 있다.